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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베동

/ 자유주제

이방인과 젤리곰

나는 이방인인가보다. 그것이 내가 심사 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오늘 아내의 소식에도 나는 확인조차 빠르지 못했다. 일해야 된다는게 무엇인지, 힘든 순간에도 나는 혼자 다른 상황에 놓여있었다. 오늘 젤리곰이 떠났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심장이 뛰지 않는다는 소식조차 나는 나중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3월 초기 유산 때에도 나는 무엇을 했을까. 생각해보면 늘 그 순간에는 병원에 같이 가주지도 못했던걸. 이번에는 초음파와 심전도까지 확인했길래 너무 안심했나보다. 얼마나 안심했는지, 나도 다음번에 같이 가서 아이 심장소리를 같이 듣겠다고 했는데 결국 그 아이의 심장소리조차 한번도 못듣고 보내준다. 8주~9주 정도 된 아이의 초음파 사진은 젤리곰같았다. 마침 우리가 같이 하는 모바일 게임에도 젤리곰이 나온다. 그래서인지 어찌나 더 귀여워보이고, 지난 유산 이후로 간절한 만큼 더 기특해보였다. 그런데 그 사람이 아빠라는데, 두번씩이나 사진으로만 보고 보내주고를 반복한다. 결혼하고 1년이 넘도록 갈수록 행복해지고 사이가 좋아졌던건지 생각해보면 슬픔을 마주하기를 외면한건지 모르겠다. 맨날 부정적이기만 하던 내가 매일 괜찮을거라고, 긍정적인 생각만 해야 된다고 했는데 두번이나 슬픈 결말을 맞이하고 나서는 어떤 말과 행동이 어울릴지 모르겠다. 죄를 지은 사람들은 자기 방어를 위한 변명을 한다는데. 잘못이 없는 사람은 당당할것이고. 당당한지도 모르겠고 무슨 죄를 지어서 이렇게 된건지도 모르겠고 슬퍼할 권리가 없어서 아내를 맘껏 위로할 염치도 없는 나는 이방인인가보다. 가족이 슬퍼하는데도 일따위 하느라 곁에도 당장 달려갈 수 없는 내 처지는 귀양 간 것 마냥 돌아갈래야 돌아가지 못하는것이 나에게 딱 맞는 형벌인 셈이다. 남편이라는게 슬픔 속에서 같이 하는 역할이 너무 없지 않은가 싶다. 새삼, 먼저 임신 사실을 부모님한테 알리지 않은 나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늘 긍정적인 말만 한다고, 잘될거라 하면서 행동은 12주 전까지는 내 주변 누구에게도 나서서 알리지 않았다. 그래서 아내가 슬픔을 더 크게 혼자 끌어안게 만들었다. 젤리곰을 보내줘야 하는 오늘에서야 기쁠 때 기뻐하고 다같이 나누고 슬플 때가 오더라도 숨기지 않고 다같이 나눠서 마음껏 아파해야 하나보다 라고 생각하게 됐다. 아직 아이가 아내 곁에 남아있는데, 지난 번처럼 애써 괜찮은 척, 다음번엔 괜찮을 거라는 형식적인 위로, 똑같은 고생을 앞두고서 그저 긍정적인 생각만 하자는 시늉으로 외면하면서 보내주지 않기로 다짐했다. 우리에게 온 젤리곰을 보내주면서 맘껏 슬퍼하고, 다음번에 찾아 올 아기를 자신있게 주변에 알릴 때가 되면 그 날이 오면 다시는 이런 슬픔이 찾아오지 않으려나. 먼저 이런 아픔을 겪으면서도 부모가 된 분들이 존경스럽다.

댓글

2

  1. 저희 부부도 1월에 화유를 겪고 며칠동안 서로 슬픔을 눈치보다가 결국 펑펑울었던 기억이 있네요.. 부부잖아요 ㅎㅎ 같이 속내 시원하게 터시면 건강한 아기가 다시 찾아올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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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화유 이후 이렇게 될줄 몰랐습니다 한번만 슬프면 극복할 줄 알았네요

  2. 저도 하루하루 불안한마음 속에 살고있어요. 두분의 심정을 감히 헤아릴수는 없지만 분명 더 건강한 젤리곰이 나타나려고 그런걸꺼에요. 누구의 잘못도 아니니 실컷 감정을 토해내시고 털어내시면서 아내분과 일상을 지켜내시면서 회복되시길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1. subcomment icon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 어디다 풀어낼 수도 없고 삼켜야 하는게 마음이 아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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