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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베동

/ 자유주제

👼🏻✨ 1064일의 기다림, 그리고 우리가 만나던 날

👼🏻✨ 1064일의 기다림, 그리고 우리가 만나던 날

‘임신 그 까이꺼 뭐 식은 죽 먹기지!’ 목표가 생기면 무섭게 몰입해서 이루고야 마는 백전백승의 인간 불도저, 결혼 1년차 서른 넷의 제 다짐은 이랬습니다. 다수의 유명 맘카페 정회원 등업 완료, 비타민 섭렵, 단백질 위주의 식단, 칼같은 운동과 성장호르몬을 고려한 취침, 그리고 서른 넷에 임신운이 들어왔다는 철학관의 예언까지! 이보다 더 완벽한 임신 플랜은 없었죠. 모든 준비는 끝났고, 이제 임테기 두 줄을 확인할 일만 남았습니다. “휴 신혼 기간이 너무 짧은 것 같은데, 뭐 어쩔 수 없지^^!” 임테기는 그 뒤로 세 번의 해가 바뀌는 동안 쭉 한 줄이었습니다. 물론 처음 서너번의 실패 후엔 지체하지 않고 병원을 찾았죠. 하지만 빈틈없는 임신 플랜과 병원의 도움으로도 안 되는 일이 있더라구요. 제 힘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삼 년 전 웅장했던 자신감 대신 두려움이 샘솟기 시작한 건 여러 번의 인공수정 실패 후 시험관을 결심한 올해였습니다. 오랫동안 속상하고 억울했던 마음은 결국 어느 순간 담담한 마음으로 정리되더라구요. 세 번째 배아 이식을 할 때, 처음으로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희망과 포기 그 사이 어디쯤에 마음을 두고, 겸허하게 기다리기로요. 혹시 또다시 실패라 해도 어쩐지 이번엔 울지 않고 단단한 마음으로 견딜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 1064일, 기다림의 시간은 이렇게나 길었는데 임테기가 한 줄에서 두 줄로 바뀌는 시간은 3초면 충분하더라구요. 참 오래 이 장면을 상상해왔는데, 눈물 대신 베시시 웃음만 나더라구요. 세상엔 아무리 노력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있다는 걸, 늦더라도 언젠가는 내게 주어진 때가 반드시 온다는 걸, 정말로 소중한 건 간단히 얻을 수 없다는 걸 깨달으려고 이렇게 긴 시간이 흘렀나 하구요.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아이를 맞이하라는 하늘의 뜻이었던 것 같아요. 조심스런 마음에 혼자만 이 사실을 간직하며, 임테기만으로는 부족한 마음에 찾아간 병원. 작은 아기집 안에 담긴 예쁜 난황을 보고 돌아온 날엔 조금 울었습니다. 기쁨과 안도의 눈물이었죠. 그리고 그동안 묵묵히 옆을 지켜준 고마운 남편에게도 소식을 전했습니다. 역시 주륵주륵 눈물을 흘리더라구요. 아, 물론 제가요...감당할 수 없는 기쁨을 맞이하고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는 남편을 꼭 껴안고 제가 대신 울었습니다. 이번엔 기쁨과 기쁨의 눈물이었어요. • 그리고 그 날 밤, 생생한 꿈을 꾸게 됩니다. 똑 닮은 커다란 고래 두 마리가 동시에 저를 덮치는, 너무 놀라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 꿈이었죠. 짐작하셨나요? 일주일이 흐른 두 번째 초음파 진료에서 아기집 속 난황, 이번엔 한 개가 아닌 두 개의 난황을 발견하게 됩니다. 둘이라니!!! 쌍둥이라니!!! 여보 우리 계탔어!!! • 세상물정 모르는 초보 부모는 한 번에 가족 계획을 완성했다는 기쁨과 평생친구가 될 둘의 모습에 벌써 흐뭇해하고 있는데 예비 할머니 할아버지는 제 몸이 상할까, 아이들 무사히 나올까 걱정이 많으시네요. 그래도 오래 기다린 만큼 소식 듣고 몰래 눈물 훔치시는거 제가 다 봤습니다!!! 온 가족의 크나큰 축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뱃 속의 두 생명도 느끼고 있을까요? • 결코 쉽지 않았지만, 지금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다시 과거로 돌아가 같은 과정을 반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저도 많이 용감한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용감하고 씩씩한 엄마가 될 준비를 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하면, 모두 이유가 있는 여정이었던 것 같아요. 그 여정이 짧든 길었든, 앞으로 아이와 함께할 더 커다란 여정을 시작한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을 응원합니다💜

댓글

7

  1. 이햐.... 문학서적인줄알았어요! 너무 글을 잘 쓰십니다! 😍

  2. 축하드립니다~^^ 저도 죽어라 안 나오던 두줄이 시험관 후 처음 나왔네요~ 너무 행복하면서도 믿기지가 않더라구요... 제 눈이 착시효과를 일으키나 싶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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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쵸! 저도 믿기지 않아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렸는지 몰라요😉 그 날의 설렘을 두고두고 기억하면서 우리 남은 여정도 힘내보아요💛

  3. 눈물이나네요~ 감동입니다. 계획하면 바로 생기는줄 알고 1년 피임까지했는데.. 정말 노력으로 안되는일이 있다는거 실감했어요~ 저는 결혼7년차에 결국 시험관으로 성공해서12주차예요! 하루하루 감사한마음입니다! 둥이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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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짱짱맘님이 어떤 마음으로 아기를 기다리셨을지 알 것 같아 저도 맘이 찡하네요🥲 너무 애쓰셨어요! 지금의 기쁨 누구보다 맘껏 누리실 자격이 있습니다 :) 만출까지 짱짱맘님도, 아기도 건강하기를 소망해요💕

  4. 감동이에요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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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드려요 올리님! 언젠가 육아지옥에서 허우적 거릴때 지금의 설렘과 기쁨을 다시 기억하며 마음을 다잡아야겠어요🙃 기쁘고 따뜻한 겨울 보내세용!

  5. 너무축하드려요정말❤ 눈물이 절로찔큼하네요!!기다리던그마음 알꺼같아요! 건강하게 천사들 순산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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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리는 마음 공감해주시니 힘나요👼🏻💛 천사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이렇게 간절한 감정을 배우게 된 건 뜻밖의 선물이기도 한 것 같아요! 희진님도 기쁜일만 가득한 연말 보내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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