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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베동

/ 자유주제

임신, 쉬운게 하나도 없더라

결혼 후 내심 아이가 생기기를 기다린게 2년. 찾아오지 않는 소식에 해가 바뀌면 난임병원을 가야겠다 마음 먹었을 때 아기가 찾아왔다. 생리할 때가 됐는데 배도 콕콕 찌르고 허리도 아픈데 피는 나오지 않아 임테기를 해봤더니 한줄. 아 곧 생리하겠네~ 하고 넘겼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생리를 안해서 한 번 더 임테기를 했다. 선명하게 뜬 두 줄에 믿기지않아서 거실로 뛰쳐나가 남편에게 말했더니 또 장난친다고 믿지도 않았었다 ㅋㅋㅋ 코웃음치면서 화장실로 가더니 두고 나온 임테기를 보더니 문을 도로 닫고는 눈이 땡그래졌었다. 그리고는 믿기지않는다는듯이 슬쩍 문을 열고 임테기만 훔쳐보는 모습이 진짜 웃겼다 ㅋㅋㅋㅋ 다음날 남편과 병원에 가니 5주라고 임신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다. 한껏 들떠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너무 행복했었다. 쿵쿵대는 아기 심장소리는 너무 신기했고 감동적이었다. 별문제없이 잘 자리잡고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었다. 6주차에서 7주차 넘어갈때부터 입덧이 시작됐다. 처음엔 좀 가볍게 속이 울렁거리는 정도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해져서 물만 마셔도 토하는 지경이었다. 거실바닥에 널부러져서 눈물만 뚝뚝 흘리는데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이 내가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하나... 라는 생각만 했었다. 몸무게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었고 병원에 가서 수액도 맞아보고 입덧약도 처방받아왔다. 입덧약을 계속 먹으니 좀 괜찮아져서 밥을 먹을 수 있었다. 확실히 밥을 먹으니 몸에 힘이 생겨서 더 견딜 수 있었다. 입덧에 좀 익숙(?)해졌을때 갑자기 엉덩이와 허리에 통증이 생겨 거동이 힘들어졌다. 앉아있어도 누워있어도 아파서 끙끙거렸다. 절뚝거리면서 걷고 자세를 바꿀때는 특히 더 아파서 악소리가 절로 났다. 급기야 옷을 입고 벗는 것도 못하고 씻지도 못해 남편이 씻겨주고 옷도 입혀주고 화장실도 데려다줘야했다. 14주차에 환도 통증이 굉장히 심하게 온거다. 아픈게 지긋지긋해 아기가 태어나면 얼른 일하러고 가고 놀러도 가야지라는 생각과 나 편하고자 분리수면도 하고 모유도 안줘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몸이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2주 정도 아프니 어느날 갑자기 통증이 싹 사라졌다. 16주차, 이제 좀 편해지나 했더니 초음파 보는데 머리에 물혹이 보인단다. 그것도 여러개나. 대부분 없어지기는 하지만 갯수가 많으니 에드워드 증후군이 염려되니 검사를 받아보는것도 생각해보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눈물만 하염없이 흘렀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논문도 찾아봤다. 다른 신체적인 증상이 동반된게 아니면 대부분 없어지는거라고 해서 한결 마음이 놓였다. 니프티검사를 받으면 대부분 저위험으로 나올거라해서 마음 편하고자 니프티검사를 받기로 했다. 당연하게 이상없을거라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다 병원에서 검사결과가 나왔으니 내원하라는 전화가 왔다. 다운증후군 고위험이라고 했다. 얘기를 듣자마자 눈물이 뚝 떨어졌다. 아니 왜...? 에드워드도 아니고 갑자기 다운은 왜 튀어나온거지...? 다음날 병원에 가니 다른 병원에 가서 양수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혹시라도 다운증후군으로 나오면 자기들은 수술을 못해준다고. 진료실을 나와서 계속 울었다. 그와중에 남편이 소개받은 병원에 전화해서 예약도 잡고 일처리를 다 했다. 남편 없었으면 어떻게 했을지... ㅎ 당장 양수검사를 할 수 없어서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다. 매일 울었다. 혹시라도 다운증후군이면 어쩌나.. 마음이 조급해져 당장 검사가 가능한 집근처 다른 병원을 알아봤다. 검사를 하러 가는 날 아침에 멍하니 눈을 떴다. 아기를 유산하고 수술하는 꿈을 꿨다. 아무렇지 않은 척 일어났는데 결국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그렇게 크게 울었던게 얼마만이던지.. 니프티검사 결과지를 들고 병원에 갔다. 상황이 이러하니 양수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 혹시 다운으로 확정이 나거든 수술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의사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다운은 키우기 힘들다고 수술해야한다고 말하는데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바로 양수검사를 하는데 검사하는 내내 울었다. 배에 바늘을 여러차례 찔렀는데 결국 양수채취에 실패했다. 다음에 다시 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도저히 애를 지울 수 없을거같아 차라리 아기 심장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입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못된 생각을 하면서 하염없이 울기만 했었다. 며칠 뒤 예약했던 병원에 가서 양수검사를 했다. 다행히 한번에 양수채취를 했고 결과는 일주일 뒤에 나온다고 했다. 그렇게 지옥같은 시간을 보냈다. 매일 기도했다. 철 없이 살 찔 걱정, 임신으로 인해 오는 신체적 변화에 불만과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그 어떤 것도 다 감당할테니 아가만 건강하기를 바랐다. 살이 쪄도 되고 배가 터도 되고 아픈건 다 내가 할테니 우리 아기 아무 이상 없게만 해주세요. 건강하게 태어나준다면 아낌없이 사랑할테니 제발 아무 이상 없게 해주세요. 내 기도를 들어주셨을까. 검사 결과 아무 이상 없었고, 나는 살도 찌고 배도 텄다. ㅋㅋ 점점 커가는 배에 분홍색 선이 생길때마다 속상했지만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정밀초음파에서도 다른 이상소견이 없어서 드디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배는 점점 나왔다. 숨을 쉬기 힘들었고 소화가 잘 안됐다. 잠을 자기도 힘들었다. 그래도 배에서 느껴지는 태동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한참을 손을 올려놓고 있었다. 나중에는 갈비뼈를 누르는 통증과 격한 움직임에 조금은 힘들기도 했지만.. ㅎㅎ 힘들었던 임신기간이 지나고 드디어 아기를 만났다. 수술을 해서 몸은 너무 힘든데 아기 얼굴을 보니 아픈게 하나도 안느껴지더라. 그만큼 너무 예쁜 천사가 나에게 찾아왔다. 예전에는 임신소식을 들었을때 마냥 축하만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지인들의 임신 소식을 들으면 짠하다. 이제서야 임신이 쉬운게 아니라는걸 알게되어서 그 힘든 시간을 겪어낼 친구들이 걱정돼 마냥 축하만 하지는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름 힘들게 보냈던 임신기간이었지만 나보다 더 힘든 상황을 겪은 분들도 있고 혹은 아무런 이벤트 없이 비교적 무난한 시간을 보낸 분들도 있겠지만, 어쨌든 쉽지않은 임신기간을 보낸 임산부들을 너무 응원하며, 그 시간들을 견디며 한 생명을 만들어내는 대단한 일을 하고 있고 조금만 더 버티면 정말 예쁜 천사가 찾아오니 힘내서 조금만 더 잘 견뎌보자고 이야기하고싶다. 😊

댓글

8

  1. 정독했습니다. 슬퍼서 울뻔... ㅜㅜ 힘들었던만큼 앞으로는 아기가 주는 기쁨이 더 많길 바랄게요. 아기도 소소님도 아프지말고 건강하길~~~~~출산도 너무 축하드립니다!!! 더불어 육아도 화이팅! 좋은일만 생겼으면 좋겠어요 응원할게요😄

  2. 토닥토닥 고진감래라고 곧 이쁜 아가와 만나시길 진심으로 바랄게요 고생 너무 많으셨어요^^ 마지막까지 몸조리 잘하시구 홧팅!!!

  3. 엄마라는 이름표를 달아준 내 아가에게 더 좋은엄마가 되어줘야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드는 글이었어요,,, 구절마다 공감하면서 울컥하며 읽었습니다🥲 행복육아라는말이 현실에부딪혀 비현실적으로 느껴질때마다- 아가와의 첫만남을 기억해야겠어요🤍 긴 글 감사합니다:-)

  4.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건강하게 아기만나셔서 다행입니다👍🏻 저도 애기 낳고보니 알겠더라구요 정말 쉽지 않은 길인거.. 우리모두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ㅠㅠ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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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퇴한 유저

    아.. 너무 감정이입돼서 울면서 읽었네요ㅜ 한 편의 드라마 같던 폭풍의 임신기를 거치셨네요. 정말 너무너무 고생하셨고 그 많은 이벤트 속 버터내신 것도 대단하고 아기도 건강히 태어나서 너무 다행이에요. 축하드리고 몸 회복도 잘하셔서 아기랑 꽃길, 행복한 육아 길 걸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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