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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베동

/ 자유주제

사랑이가 아닌 싸랑이가 찾아온 날

아직은 임신과 출산에 대해 뚜렷한 계획도 없이 즐기던 신혼의 어느날, 사랑이는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기쁘기도, 당황스럽기도 한 마음으로 만난 사랑이는 겨울이 되면 살포시 내려앉았다 봄이 되면 녹는 눈처럼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에 떠나버렸습니다. 무거운 목소리로 계류유산을 선고받고 소파술에 대해 설명을 들을 때까지 눈물을 참고 참았지만 주차장에서 남편의 전화를 받는 순간 울음은 터져나왔습니다. 저는 그제서야 사랑이가 그 사이 얼마나 크게 마음 속에 자리잡았는지 알게 되었죠. 내가 했던 모든 행동들이 후회로 다가왔고 ,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내 목숨도 내어놓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분만실과 수술실이 함께 있는 그곳에서, 누군가는 새생명을 기다리며 설레는 그곳에서, 마지막으로 사랑이를 떠나보내며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한두시간이 흐른뒤 마른 눈물자국을 닦아내며 병원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습니다. 신발을 갈아신는 곳에는 갓태어난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아빠로 가득했습니다. 내가 좀 더 조심했더라면, 사랑이가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내가 좀 더 신경썼더라면 열달 뒤엔 저자리에 나와 남편이 서성이고 있었겠지. 퉁퉁 부은 얼굴로 아이와 눈맞춤하며 남편과 함께 누굴 닮았나 서로 속삭이며 웃었겠지. 또다시 밀려오는 슬픔에 얼른 자리를 피하며 남편에게 다음엔 아기 만나러 오고 싶다고 꼭 그렇게 하자고 약속하며 병원을 떠났습니다. 사랑이가 떠나고도 내 몸은 여전히 임신 중인것처럼 가슴이 아프고 새벽에도 자주 깼습니다. 그때마다 사랑이 생각이 났지만 이제는 잘 보내주는 것도 사랑이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은 흐르고 완연한 봄날이 되었고 우리는 차츰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다시 사랑이를 만나기 위해 우리는 배란테스트기의 힘을 빌렸고, 하루하루 들뜨고 설레는 마음으로 사랑이를 기다렸습니다. 어쩐지 정말로 기대하는 일이 생길 것만 같았습니다. 이주일의 지루한 기다림 끝에 주말아침, 일어나자마자 화장실로 직행한 저는 희미한 한줄을 보았습니다. 아직 아니구나..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커서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가 억지로 잠을 청했습니다. 남편의 위로도 전혀 쓸모가 없었습니다. 배가 고프다는 남편의 말에 터덜터덜 일어나 밥상을 차렸고 주말 대청소를 위해 화장실로 간 저는 임신테스트기를 버리려다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한 줄이 아니었습니다. 보라색의 두 줄에 저는 큰 소리로 남편을 불렀고 놀란 남편은 쫓아와 얼떨떨한 얼굴로 두 줄의 임신테스트기를 확인했습니다. 우리는 그제야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태명은 뭘로 할까라는 질문에 남편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사랑이라고 외쳤습니다. 두 번째 찾아와준 사랑이니까 싸랑이라고 하자. 남편은 하하 웃었습니다. 실망과 기쁨이 교차했던 그 날의 아침도 어느새 24주 전의 일이 되었네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임신 초기를 보내던 지난 봄, 여름이 떠오릅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사랑이를 잃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배를 만지며 하늘에 계신 아빠에게 부탁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사랑이는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사랑이를 만나려면 좀 더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지만 이 남은 시간을 기쁨과 행복의 시간으로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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