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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베동

/ 자유주제

이벤트)다음생에 내딸로 태어나준다면 받은 사랑 보답하겠단 약속

저는 갓난쟁이때부터 할머니가 키워주셨어요 할머니랑 함께 아기때부터 함께 자고 같이 생활하는 시간이 월등히 많다보니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물으면 할머니라고 대답하던 아이, 부모님이랑 동생이 놀러갈때 할머니랑 있겠다고 여행도 안가던 아이였어요. 저희 할머니는 젊었을때 고생을 많이하셔서 몸도 많이 안좋으시고 제가 워낙 늦은 손녀라 할머니랑 나이 차이가 엄청 많이 나서 건강하신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성으로 저를 키우셨어요. 고3때까지도 할머니가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밥차려주셨고 야자끝나고 독서실 갔다가 새벽에 올때도 할머니가 늘 잠 안자고 집앞에서 기다려주셨어요 대학생활 잠시 자취했을땐 몇시간 안되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맨날 전화기 붙잡고 서로 보고 싶다고 울곤 하던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유별난 사이였어요. . . . 저는 결혼하고 남편따라 타지로 이사를 왔구요 올초, 워낙 90 훌쩍 넘은 고령에 골절을 당하고 여러 합병증이 오면서 부득이하게 코로나 시기에 면회도 여의치 않는 상황에서 요양병원에 들어가시게 됐어요. 비대면으로 얼굴만 겨우 볼 수 있었지만 면회갈때 점점 나아지는 듯 해서 기뻤는데 어느날 갑자기 할머니 숨이 끊어졌다고 연락을 받았어요.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멍하니 주저앉아 있는 저를 끌고 남편이 차를 태워 병원으로 가는 중에 다시 전화를 해보니 처음엔 돌아가셨다고 했는데 병원에서 cpr을 해서 의식없이 호흡만 붙어있는 상태라 하더라구요. 꼭 제가 올때까지 기다리고 있는것 같았어요. 집으로 내려가는 차안에서 할머니가 키워준 30년간의 제 인생도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더라구요 그래서 그 추억을 하나씩 남편한테 얘기를 하니 남편이 의식은 없지만 죽어가는 순간 마지막까지도 다 들을 수 있다고 하니 할머니한테 그동안 정말 하고 싶었던 좋은 말들을 해주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병원에 도착해서 할머니한테 아주 기억나기 이전부터 함께했던 추억들.. 애기때 주말 저녁마다 버스종점까지 한시간 거리를 둘이 놀러갔던 기억.. 초등학교 운동회때 단둘이 짜장면 먹으러 가던 기억.. 새벽에 들어오는 고딩 손녀 기다려주고 같이 야식먹던 추억..들을 하나하나 순서대로 다 얘기해주고 그동안 할머니 사랑을 받아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할머니란 이름의 엄마로 살아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했어요. 살아생전 고생만 한 할머니.. 다음 생에는 꼭 내 딸로 태어나주면 이번 생에서 고생한거 하나도 기억나지 않도록 내가 할머니한테 받은 사랑 그대로 전해주겠다고, 내 말을 다 듣고 있다면, 꼭 제 딸로 다시 태어나달라고 할머니 귀에 대고 계속 얘기를 하면서 그렇게 새벽에 제 품에서 할머니를 보냈어요. 정신없이 장례를 치르고 일주일을 정말 폐인처럼 눈물로 살았어요. 그리고 정말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딱 일주일되던날 임신을 알게됐어요. 정확히 4주차 0일. 배란되고 착상된 시기랑 할머니 돌아가시고 시기가 너무 맞아떨어져서 할머니가 의식 없을때도 내 말을 잘 기억해놨구나, 정말로 내 딸로 태어나달라는 약속을 지키는구나 싶어서 한참을 울었는데 나중에는 언제나 나랑 함께니까 너무 슬퍼하면 안되겠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태명도 애니메이션 코코에서 할머니 마마 코코 이름을 따서 '코코'라고 지었어요. 그리고 현재 24주 정말 딸이에요 ^^ 30년 평생 나에게 큰 사랑을 주던 내가 가장 사람을 떠나보내자마자, 앞으로 제 남은 인생 평생 책임지고 사랑해줘야 할 생명이 생겼어요 기분이 묘해요 그동안 각박한 세상에서 나 외에 다른 누군가를 책임질 엄두가 나지 않아 임신을 망설였고 혹시나 임신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늘 했었어요. 그런데 임종 직전 할머니한테 약속한 대로 내가 할머니한테 받은 사랑을 기억하고 그 사랑만큼만 돌려줄수만 있어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겠다! 라는 용기와 자신이 생겼어요.

댓글

3

  1. 글 읽으면서 눈물났어요 ㅠㅠㅠ 엄마같았던 할머님, 엄마보다 사랑주신 할머니 ㅠㅠ 편히 가셨을거에요. 그리고 임신 정말 축하드려요♡

  2. 읽는동안 저도 할머니 생각나서ㅠㅠ 할머니도 코코엄마님 덕분에 좋은추억 많이 만들고 가셨네요.. 예쁜딸 순산하셔서 할머니께 받은사랑 배로 나눠주세요💚

  3. 글을 읽으며 참았던 눈물이 결국흐르네요 할머니에 대한 코코맘님의 마음,추억이 글속에 너무 잘느껴져요.. 할머니께서는 좋은곳으로 가셨을거예요 곧 만날 코코도 할머니가 보내주신 천사일거예요 먼훗날 코코가 커서 할머니와 보냈던 얘기도 해주시고 애니메이션 코코처럼 오래기억해주시면 할머니도 하늘에서 너무기뻐하실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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